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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詩]전어의 계절
 
시인 이심훈 아산교육장   기사입력  2017/11/03 [08:53]
▲     © 아산뉴스

한 마리 전어로 무리지어 가기 위해
속도를 맞추는 것부터 익혀야 한다
벽 아래 벽, 벽 옆도 벽인 물빠진 수족관
환승역으로 가는 수멍이면 어디서든
습성으로 익혀야 하는 영법(泳法)이다

 

전어 청어 고등어들이 떼를 지어
유영하는 것은 속이기 위한 것이다
일사불란한 영법으로 한 마리 커다란
물고기처럼 보이게 하는 눈속임
살기 위해 되뇌어보는 것이다

 

앞만 보며 밀려가는 통로를 따라 발걸음보다
마음이 저만치 앞서가 허방에 빠진 시간들
빠른 속도가 스치고 간 안면 흔적 지우고
틈새 보이지 않겠다는 비장한 표정으로
지하철 링에 매달려 오고 가는 길이다

 

몸속에 각인된 내비게이션이
안내하는 정해진 그 길 방향으로
한 무리 전어나 고등어로 뒤섞여
갯지렁이처럼 방향을 꺾으며 미끄러지는
살아남기 위해 되뇌어보는 것이다

 

또르르르르 음습한 해류를 몰고 오는
지하철을 따라 나무뿌리들 아래 뛰며
앞사람 구두 뒤축을 습관처럼 밟거나
헛발 디뎌 우묵우묵 얽은 구두코 같은
출구 없는 일상도 떼 지어 몰려다닌다

 

홍원항 억새 스산한 갈바람 불고
집 나간 며느리도 돌아온다는
지금은 전어 굽는 계절

 

흥원항(충남 서천의 전어축제가 열리는 항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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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2017/11/03 [08:53]  최종편집: ⓒ 아산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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